국제 유엔총회서 매년 북한 언급했던 바이든, 마지막 연설에선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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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4-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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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중동사태에 집중…중국의 강압·수단 내전도 거론

퇴임 앞두고 성과 가능한 현안집중? 北 대화거부에 전략적 무시?



취임 후 매년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의 제재 위반을 비판하며 비핵화를 위한 외교를 강조해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임기 마지막 유엔총회에서는 북한 문제에 대해 침묵했다.

대신 바이든 대통령은 2년 넘게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과 1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 전면전 위기로 치닫는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간 무력충돌에 집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연설에서 국제사회가 합심해야 할 지정학적 문제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가자지구 전쟁, 중국의 강압, 이란의 대리 세력, 수단 내전을 지목했지만, 북한은 포함하지 않았다.그는 이란이 절대 핵무기를 갖지 못하게 하겠다고 하면서도 북한의 핵무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이 적대국의 위협을 거론할 때마다 늘 한 세트로 묶이는 러시아, 중국, 이란, 북한 중 북한만 빠진 것이다.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전에 참석한 세 차례의 유엔총회 연설과 대비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유엔총회 연설에서 "우리는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계속 위반하는 것을 규탄한다. 그러나 우리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가져올 외교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2년 유엔총회에서는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를 시작하려는 우리의 노력에도 북한은 계속해서 유엔 제재를 노골적으로 위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취임 후 처음으로 유엔총회 연설을 한 2021년에는 가장 길게 북한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추진을 위해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를 모색한다"면서 "우리는 한반도와 역내의 안정을 증진하고 북한 주민의 삶을 개선할 실질적인 약속을 담은 실행 가능한 계획을 향해 구체적인 진전을 추구한다"고 밝혔었다.미국 대통령은 세계 모든 주요 현안을 다루는 만큼 그가 연설에서 북한을 언급하더라도 한 두 문장에 불과하지만,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을 대통령의 육성을 통해 직접 재확인한다는 의미가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에 북한을 언급하지 않은 데에는 내년 1월 퇴임을 앞두고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현안을 부각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협상을 타결해 인질들을 집으로 데려오고 가자지구 전쟁을 끝내는 것을 마지막 업적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바이든 행정부가 휴전 협상에 대한 희망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가 나오자 이를 부인하며 "그것을 끝낼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까지 했다.

퇴임 전까지 우크라이나를 최대한 지원해 승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도 그가 주력하는 목표 중 하나다.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4일 얄타 유럽 전략 연례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앞으로) 4개월을 우크라이나를 승리가 가능한 최적의 위치에 올려놓는 데 쓰겠다고 단단히 결심했다"고 전한 바 있다.이미 진행 중이며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두 개의 전쟁에 비하면 북한은 바이든 대통령의 우선순위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러시아 지원이 미국에도 위협을 가하지만, 북한이 대화 제의에 일체 응하지 않고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상황에서 당장 바이든 행정부가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이런 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한에 대해 관심을 전혀 보이지 않은 것은 북한의 태도변화를 우회적으로 촉구하기 위한 '전략적 무시'일 가능성도 거론된다.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한국에 대해선 한 번 거론했다.

그는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통해 자신의 미래를 평화롭게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올해 인류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국가들이 선거를 치른다고 말했고 그런 국가 중 하나로 한국을 언급했다.지난 4월 한국이 총선을 치른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월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사퇴해 재선 도전을 포기했기 때문에 이번 유엔총회 참석이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마지막이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