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대통령 관저·교도소 방화까지…‘SNS 차단’ 촉발 네팔 반정부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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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 ‘정부 해체’ 요구…“개혁의 길로 나아가야”
권력층과 네팔 국민 사이의 불평등 SNS에 부각
전문가 “신속한 과도기적 조치가 필요하고,
여기에 청년들의 신뢰를 받는 인물을 포함해야”
‘소셜미디어 차단 해지’를 요구하며 시작된 네팔 반정부 시위가 폭동 수준으로 격화했다.
9일(현지시각) 네팔 온라인 포털 ‘하바르허브’, 로이터·에이피(AP) 통신 등에 따르면 시위대는 대통령 관저를 비롯해 정부 청사와 정치인 자택 등에 잇따라 불을 질렀고, 자택에 있다 화상을 입은 잘라 나트 카날 전 총리의 부인도 숨졌다.
소셜미디어에는 시위대가 네팔 의회당 대표와 외무장관을 폭행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유됐다. 시위대는 대통령 관저에 침입해 불을 질렀고 검찰총장 집무실과 카트만두 지방법원도 공격했다. 네팔군은 람 찬드라 파우델 대통령을 헬기에 태워 군사 훈련 센터로 대피시켰다.
지난 8일 ‘소셜미디어 차단 해지’를 요구하며 ‘제트(Z)세대’(1997년~2012년생)를 중심으로 시작된 이번 시위는 네팔에서 수십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유혈사태다. 하루 사이 사망자는 19명에서 22명으로 늘어났고 부상자도 500명이 넘었다. 2006년 네팔의 전 국왕이 권위주의적인 통치를 포기해야 했던 당시 시위보다도 훨씬 더 폭력적이었다고 에이피는 설명했다. 당시 소요 사태로 최소 18명이 사망했고, 2년 후 의회는 군주제 폐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9일 밤 샤르마 올리 총리가 사임했지만, 이미 불붙은 시민들의 분노는 누그러지지 않았다. 이제 상당수는 ‘정부 해체’를 요구하고 있다. 국정은 사실상 마비됐다. 네팔 대법원은 모든 심리를 무기한 중단했고, 수도 카트만두에 있는 트리부반 국제공항은 항공편 운항을 중단했다.
교도소도 습격당했다. 일부 시위대가 네팔 중부 간다키주 포카라에 있는 카스키 교도소 건물 일부를 파괴하면서 수감자 900명가량이 탈옥했다고 현지 매체는 보도했다. 수감자 1500명가량이 탈옥했다는 보도도 있다. 서부 수두르파스침주에 있는 카일라리 교도소와 중부 바그마티주 랄리트푸르에 있는 교도소에서도 방화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네팔은 중국(티베트 자치구)과 인도 사이에 있는 인구 3천만명의 국가로 면적은 14만7천㎢(한반도의 약 3분의2 크기)이다. 1951년 민주화 운동으로 절대왕정 체제가 약화했고 1990년에는 입헌군주제를 도입했다. 이후 내전과 정치 갈등 끝에 2008년 왕정을 폐지하면서 현재의 공화국이 됐다.
하지만 네팔은 세계 최빈국 중 하나로 농업과 해외 노동자 송금에 크게 의존한다. 세계은행은 네팔 국내총생산(GDP) 33.1%는 개인 송금에서 발생하고 있고, 이는 지난 30년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해 네팔의 15~24세 청년층 실업률은 20.8%로 집계됐는데, 세계 평균 13.6%보다 높은 수치다. 1인당 소득은 연 1400달러(약 194만원)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부패한 정치인들의 자녀들(네포 키즈)이 사치스러운 생활을 과시하는 소셜미디어 영상은 권력층과 일반 네팔 국민 사이의 불평등을 부각했다. 이를 비판하는 디지털 캠페인이 이어졌다. 지난 5일 정부가 허위 정보와 증오 표현 단속을 명목으로 등록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엑스(X·옛 트위터) 등 26개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차단하자 젊은이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게 됐다.
나레쉬 라왈(27)은 “부패가 너무 심한 지도자들은 일반 물을 마시지 않고 수입 생수를 마신다. 이 모든 사치는 어디서 오는 거냐. 그들의 자녀들은 매달 호화로운 여행을 위한 돈을 어디서 구하는 것일까”라고 되물으며 “조치가 필요한 이유다. (이번 시위로) 이제 네팔은 개혁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에 말했다.정부 지도층과 정치인들 사이에서 잇따라 일어난 악명 높은 부패 사건이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것도 한몫했다. 정부가 주요 부패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청년들에게 더 많은 경제적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점도 분노를 증폭시킨 이유 중 하나다.
네팔 독립 뉴스 바흐라카리의 편집장은 “소셜미디어 금지에 대한 시위는 단지 기폭제일 뿐”이라며 “국가 운영 방식에 대한 불만은 오랫동안 수면 아래서 끓어오르고 있었다. 사람들은 매우 분노하고 있고 네팔은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모든 문제가 네팔 젊은이들을 불만스럽게 만들었다”며 “그들은 거리로 나서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시 프라단 국제위기그룹 수석고문은 에이피에 “과도기적 조치를 신속하게 마련하고 여기에 네팔 국민, 특히 네팔 청년들에게 신뢰를 얻고 있는 인물들을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사임한 올리 전 총리는 ‘부패와 빈곤 퇴치를 약속’하며 지난해 7월 4번째 총리 임기를 시작했지만 1년 2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14년간 감옥생활을 한 10대 혁명가였던 그는 2008년 이후 네팔의 14번째 총리를 역임했다. 의원내각제인 네팔에서는 총리가 행정 수반으로 실권을 가지며 대통령은 의전상 국가 원수직을 수행한다. 포우델 대통령은 이날 새 총리 선출 절차에 착수했다. 올리 전 총리는 새 정부가 수립될 때까지 임시로 행정을 맡는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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