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 대통령 "미국 요구에 다 서명했으면 난 탄핵당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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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5-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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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잡지 <타임> 인터뷰... "나의 가장 큰 업적은 국내 정치상황 안정"


"제가 그 요구에 동의해줬다면, 나는 아마 탄핵당했을 겁니다."


이 대통령이 미국의 시사잡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8월말 열렸던 한미정상회담에서의 긴박했던 협상 뒷얘기를 풀어놨다.

회담 직후인 지난 9월 3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은 우선 6월 3일 당선된 이튿날 용산 대통령실에 첫 출근했을 때 사무실에는 쓰레기가 널려있고 책상에는 컴퓨터 없이 모니터만 놓여 있었으며, 기본적인 사무용품조차 찾기 어려웠던 황당한 광경을 다시 떠올렸다.

그러면서 "매우 바쁘고 혼란스러웠던 시기였다. 사전에 많은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충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취임 당일 저녁 비상경제TF회의를 열 정도로 바쁘고 기민하게 움직였던 그는 "제가 이룬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는 한국의 국내 정치 상황이 안정되었다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타임지는 "국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아마도 외부적인 것이었을 것"이라며 곧바로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협정을 들었다.

타임지는 한국이 (계엄과 탄핵정국으로 인해) "새로운 무역협정 협상에서 다른 나라들보다 반 년이나 뒤처졌다"고 말했다.그리고 "미국에 3500억달러를 투자하고 다른 양보를 약속하는 조건으로 관세율을 15%로 낮췄다"고 말했다. 다른 조건은 1500억달러에 달하는 조선관련 협력 패키지와 대한항공의 500억달러어치 보잉기 구입을 말한다.

타임지는 이 대통령이 "미국 측이 투자액을 전부 현금으로 가져오라든지 그로 인한 손실은 모두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든지 강한 압박을 가해왔다"며, "그때 내가 동의(서명)했으면 아마 탄핵당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그래서 미 협상팀에 합리적인 대안을 가져오라고 요구했다"고 했다.


"한국, 자칫 두 개 블록 사이에 전쟁터 될 수 있어"

타임지는 이어 이 대통령이 한국을 "동서양을 잇는 다리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며, 지난 한미정상회담을 위한 워싱턴 방문길에 일본을 먼저 방문하고 17년만에 처음으로 셔틀외교를 회복한 것을 들었다. 한미일 협력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또 오는 한국이 10월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모두 참석하는 경주 에이펙(APEC) 정상회의에도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잡지는 그러나 인터뷰를 진행하던 날 열린 중국의 전승 80주년 열병식에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 등이 참석해 미국 주도의 질서에 대한 비난을 쏟아낸 것을 들어 '바늘에 실을 꿰는 것은 쉽지 않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저를 참석시키기를 원했던 것 같지만, 더 이상 묻지 않았다"는 이 대통령의 말을 덧붙였다. 중국에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타임지는 또 지난 4일 미국 조지아주에서 한국 근로자 300여명이 불법 체류로 구금된 사건이 후 한국에서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남아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타임지는 이 대통령이 "한국이 역내 '교류와 협력의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좋은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새로운 글로벌 질서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에서 미국과 함께 서겠지만, 중국과의 관계를 적대시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한국이 자칫 서로 다른 두 개의 블록 사이에서 전쟁터(frontline of a battle)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이 문제(북한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진전이 있다면, 그 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 외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서는 지난 1994년 중유와 경수로를 제공받는 대가로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동결하기로 합의했던 방법을 예로 들며, "중단-감축-비핵화라는 3단계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대신 북한에 대한 제재를 부분적으로 완화하거나 해제하는 안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도 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중 미군기지 부지를 미국에 넘기라고 한데 대해서는 "농담이라고 믿는다"며 "이미 미국이 아무 비용도 내지 않고 사용하고 있는데, 만약 미국이 땅을 소유한다면 재산세를 내야한다. 우리가 그걸 면제해줄 수는 없다"고 가볍게 받아쳤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과 성장 환경이 전혀 다른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둘 다 주류와는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강한 성취욕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평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겉으로는 예측불가능해 보이지만 실은 성과중심적이고 현실적인 인물이며 비합리적 선택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점에서 그와 더 잘 연결될 수 있다고 느꼈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한국 사람들은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있고, 제 삶의 궤적도 비슷하다"며 "우리 앞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