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LF 이란 경제 붕괴 심화…실업 200만·물가 67% ‘전쟁·봉쇄 이중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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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장기화와 미국의 해상 봉쇄가 겹치면서 이란 경제가 급격한 침체 국면에 빠져들고 있다. 대규모 실업과 물가 폭등이 동시에 발생하며 국민 생활 전반이 압박받는 상황이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번 전쟁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일자리를 잃은 인원은 약 100만명에 달하며, 간접적인 영향까지 포함하면 추가로 100만명이 실업 상태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고용인구 2천500만명을 고려하면 상당한 규모다.
물가 상승세도 심각하다. 4월 중순 기준 연간 인플레이션율은 전년 동기 대비 67%에 이르렀다. 생필품 가격 급등으로 국민들의 체감 경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수입 차질은 이러한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이란은 식품과 의약품, 원자재 상당 부분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여왔지만 전쟁 이후 주요 수입 경로가 차단됐다. 이에 따라 제조업체와 소매업자들이 잇따라 영업을 중단하면서 시장 공급 자체가 크게 위축됐다.
대표적인 수입 식품인 적색육 가격은 1파운드당 3.6달러(약 5천300원)까지 상승했다. 월 최저임금이 130달러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일반 국민이 감당하기 어려운 가격대다.
전후 복구 비용 역시 경제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도로, 항구, 주거시설 등이 파괴됐지만 피해 규모는 아직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다. 이란 국영 매체들은 재건 비용이 약 2천7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3천410억 달러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이란 정부는 위기 대응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동원하고 있다. 최저임금과 공무원 급여 인상, 생필품 보조, 현금 지급 등 가능한 조치를 총동원하고 있으며, 미국이 봉쇄를 해제하고 국제 시장이 안정되면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막힌 수입 경로를 대체하기 위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이란은 북부 국경을 접한 튀르키예,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과의 철도 연결망을 활용하고, 카스피해를 통한 해상 운송을 확대하고 있다. 이란 의회 에브라힘 나자피 의원은 해당 경로를 통해 물자 수입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선박 추적 데이터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미국의 해상 봉쇄 이후 러시아,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출발한 최소 11척의 선박이 카스피해를 통해 이란 북부 항구에 도착했다. 이들 선박에는 곡물, 옥수수, 해바라기유 등이 실려 있었다.
전문가들은 전쟁 이전부터 진행된 경제 악화가 이번 사태로 더욱 심화됐다고 분석한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정권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버지니아공대 자바드 살레히 이스파히니 교수는 “이란 정부는 전쟁 종식을 새로운 문제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며 “실망과 빈곤에 직면한 국민 대응이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장기 침체에 익숙해진 사회 특성상 상황이 급격히 붕괴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윌슨센터 글로벌 자문위원회 소속 모하메드 아르시는 “이란 국민이 고통을 겪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견디는 역치도 높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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