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LF 걸프 전쟁 위험 떠안은 이주노동자들…방공호·대피 정보에서도 소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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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걸프 국가 경제를 떠받쳐 온 이주노동자들이 더 큰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미사일과 드론 공격이 이웃 걸프 국가로 확대되는 가운데, 저임금 노동자들은 방공호 이용과 비상 대피 절차에서 배제되거나 언어 장벽 탓에 안전 정보를 제때 얻지 못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인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UAE에 거주하는 6200만명 가운데 약 3500만명은 이주노동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UAE와 카타르에서는 이주노동자가 전체 인구의 80~90%에 달한다.
AP통신은 5일(현지시간) 미국·이란 간 전쟁이 길어지면서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인 걸프 국가 이주노동자들이 인명 피해를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걸프 지역 이주노동자 노동정의연합에 따르면 이번 전쟁으로 이주노동자 최소 24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에서도 이주노동자 4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는 UAE에서도 발생했다. 지난 4일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정유 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인도 노동자 3명이 부상을 입었다.
방글라데시 노동자 모하마드 압둘라 알마문(35)의 죽음은 전쟁의 위험이 이주노동자에게 어떻게 전가되는지를 보여준다. 그는 15년 동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해 왔으나 지난 3월8일 숙소에 떨어진 미사일에 심한 화상을 입고 숨졌다.
가족들에 따르면 알마문은 마지막 통화에서 동생들의 학비를 대고 부모를 위한 큰 집을 짓겠다고 다짐했다. 올해 고국으로 돌아가 여섯 살 아이와 함께 살겠다는 약속도 했지만, 결국 싸늘한 주검으로 가족의 품에 돌아왔다.
전쟁 위험 속에서도 노동 현장을 떠나기 어려운 현실도 드러나고 있다. 카타르에서 일하는 익명의 방글라데시 노동자는 미사일이 머리 위를 오가는 상황에서도 하루 12시간씩 일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미사일 파편이 숙소 근처에 떨어진 일도 있었다고 그는 전했다.
이주노동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쉽게 떠나지 못하는 배경에는 ‘카팔라’ 제도가 있다. 이 제도는 고용주가 이주노동자의 거주 자격을 보증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노동자들은 직장을 옮기거나 출국할 때 고용주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취약성은 직종과 출신 지역에 따라 더 크게 나타난다. 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출신 노동자들은 주로 건설 현장, 가사노동, 경비, 청소 등 저임금 직종에 종사한다. 이들이 직장 내 폭력과 임금 체불 등 노동권 침해를 겪어 왔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이는 금융업 등에 종사하는 서구나 아랍 국가 출신 노동자들과 대비된다. 전쟁으로 걸프 국가들의 경기 침체가 심화되고 건설업 등 주요 산업이 영향을 받을 경우, 저임금 이주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방글라데시에 본부를 둔 국제개발기구 BRAC의 샤리풀 이슬람 하산은 “특히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 출신 노동자들은 비공식적으로 고용되거나 정규 계약 없이 일하는 경우가 많아 취약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저개발국 출신 이주노동자들에게 현재의 수입을 포기하고 귀국하는 결정은 쉽지 않다.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파키스탄 등 남아시아 국가들의 경제는 걸프국 이주노동자들이 본국에 보내는 외화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카타르에서 일하는 필리핀 노동자 말렌 플로렌스는 미사일이 요격될 때마다 몸이 떨리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이렇게 말하기 쉽지는 않지만 여기에 남을 것”이라고 했다.|DK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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