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에드녹, 中에는 LNG선·韓에는 에너지 안보…한중 오일머니 분산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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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영석유공사 에드녹(ADNOC)이 중국에서는 대규모 LNG 운반선 건조 계약을 체결하고, 한국에서는 원유 공동 비축과 친환경 에너지·방산 협력을 추진했다. 에드녹의 해운·물류 자회사 에드녹L&S가 한국과 중국의 산업 경쟁력을 각각 활용하며 자국의 에너지 유통 지배력을 확대하는 구도가 구체화하고 있다.
에드녹이 목표로 제시한 ‘2035년 연간 LNG 4700만 톤 유통’을 구매처까지 직접 인도하는 방식으로 소화하려면 최소 35척 이상의 자체 대형 LNG 운반선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현재까지 발주한 물량을 넘어 향후 수조원 규모의 추가 선박 발주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15일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에드녹L&S는 지난 10일 중국 상하이 강남조선소(Jiangnan Shipyard)와 17만5000톤급 초대형 LNG 운반선 4척의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총 발주 금액은 9억달러, 약 1조2000억원이다.
이번 계약으로 에드녹의 LNG선 신조 프로젝트 18척 가운데 중국 강남조선소가 10척을 확보했다. 단일 조선소 기준으로는 최대 수주 실적이다. 해당 발주는 아부다비가 추진하는 ‘2035년 연간 4700만톤 LNG 유통 로드맵’을 위한 선대 확장의 일환이다.
에드녹은 2022년 이후 한국 조선소에 8척, 중국 조선소에 10척 등 모두 18척의 LNG 운반선을 발주했다. 이미 투입된 자금은 50억달러, 약 6조8000억원을 넘는다. 한국에서는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이 에드녹 발주 LNG 운반선 8척을 각각 4척씩 수주하며 거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중국에 추가 물량이 돌아간 배경으로는 한국 조선소의 제작 공간 부족이 꼽힌다. 국내 조선소에는 현재 3~4년 치 일감이 쌓여 있어 새로운 선박을 건조할 도크가 포화 상태다. 업계는 에드녹이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제작 여력이 있고 가격도 낮은 중국을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술탄 알 자베르 ADNOC 그룹 회장은 한국 방문 직후 중국으로 이동해 선박 계약식에 직접 참석하고 서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에드녹의 가스 선대 확장 기조가 구체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보여준 행보로 보고 있다.
알 자베르 회장이 이끄는 아부다비 대표단은 중국에 앞서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한국을 가장 먼저 방문했다. 최근 서울과 상하이를 연이어 찾은 행보는 수주 호황으로 제작 공간이 부족한 한국과 빠르게 추격하는 중국 사이에서 조선 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그의 동아시아 순방 배경에는 중동의 지정학적 안보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유와 가스 수송의 생명선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위험에 대비해 대한민국을 최고의 ‘에너지 대피소’로 활용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라는 것이다.
에드녹은 2028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핵심 미래 사업인 ‘루와이스 LNG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알 자베르 회장의 방한은 프로젝트 출범에 맞춰 수주 선박들의 공정을 직접 점검하는 동시에 위기 상황에서 에너지·기술 안보 파트너십을 선제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행보였다는 설명이다.
방한 기간 알 자베르 회장은 한국 정부와 한화그룹 경영진을 잇달아 만났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는 원유 공급과 공동 비축 협력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전략적 협약을 타결했다.
협약을 통해 에드녹은 자국 원유를 국내 비축기지에 사전에 저장하고,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우선 공급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대한민국을 동아시아 시장의 에너지 유통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의 비공개 회동에서는 한화오션 등이 추진하는 에너지 안보 파트너십을 점검했다. 태양광과 수소, 암모니아 등 그린 에너지 밸류체인은 물론 방산 협력까지 포괄적으로 논의했다.
이후 상하이로 이동한 알 자베르 회장은 강남조선소의 모기업인 중국선박집단(CSSC) 수뇌부와 만나 9억달러 규모의 선박 계약에 직접 서명했다. 강남조선소가 건조한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VLAC) ‘미라’호의 명명식도 주재했다.
중국에서는 첨단 산업 분야의 연쇄 회동도 진행했다. 세계 1위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TL의 쩡위췬 회장과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제작사 유니트리(Unitree) 경영진을 만나 디지털 및 스마트 제조 인프라 구축을 위한 협력 기반을 다졌다.
중국 완화화학(Wanhua Chemical), 진화석유(Zhenhua Oil)와는 가스·화학 분야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중국에 대한 원유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실리 행보도 이어갔다.
에드녹은 선박 발주 외에도 탈석유 시대에 대비한 대규모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확정된 2026~2030 중장기 자본투자 로드맵인 ‘5-Year Business Plan and Capital Expenditure’를 통해 친환경·디지털 대전환 분야에 총 1500억달러, 약 200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에드녹이 앞으로 한국과 중국 산업계에 총 수조원대의 오일머니를 집행하는 초대형 자금줄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연쇄 순방이 한국의 수소·암모니아 등 그린 에너지 밸류체인과 중국의 AI·로봇 첨단 인프라에 에드녹의 미래 자본이 전방위로 유입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에는 LNG 운반선 추가 수주와 함께 초대형 해양 가스전 개발을 위한 플랜트 설비 수주 기회도 열리고 있다. 총사업비 약 60억달러, 약 8조6000억원 규모인 움 샤이프 가스캡 1단계(Umm Shaif Gas Cap Phase 1) 프로젝트는 최종 낙찰자 선정을 앞두고 있다.
과거 해당 가스전의 건설 경험을 보유한 HD현대중공업은 이탈리아 사이펨(Saipem) 등 글로벌 경쟁사들과 막판 수주전을 벌이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 조선업은 단순한 건조 물량 경쟁에서 벗어나, 에드녹의 디지털·친환경 전환 기조에 발맞출 필요성도 있다”며 “자율운항이나 친환경 선박 등 고부가가치 분야의 기술 격차를 한층 더 벌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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