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중 AI 패권 경쟁 격화…기술 차단 맞불 속 업계도 '정면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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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기술 개발을 넘어 상대국 AI 생태계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국면으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 AI 모델의 자국 시장 진입을 막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중국이 미국 AI를 '증류(distillation)' 방식으로 모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도 핵심 AI 데이터와 반도체 기술의 해외 유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양국이 AI 장벽을 높이는 양상이다.
미국이 긴장하는 계기는 중국 AI 스타트업 문샷AI가 지난주 공개한 신형 모델 '키미 K3'다. 2조8천억 개 매개변수(파라미터)를 갖춘 이 모델은 성능 비교에서 오픈AI와 앤트로픽의 최신 모델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키미 K3와 알리바바의 '큐원' 등 중국산 오픈웨이트 모델에 대한 접근 제한을 다시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악시오스는 미국 정부가 조달 규정 적용이나 거래 제한 명단 지정 등을 통해 미국 기업들의 중국산 AI 제품 접근을 사실상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21일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중국 AI 모델들이 "미국 모델들에 수억 번의 호출"을 보냈다며 "이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며, 며칠 또는 몇 주 안에 이 문제를 철저하게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CNBC 인터뷰에서 "우리는 중국이 어떻게 AI 개발을 확산시키는지 매우 면밀히 살펴보면서 미국 기업들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중국도 맞대응에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상무부가 외국 기업의 핵심 AI·반도체 제조 데이터 접근과 주요 기술 스타트업 인수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상무부는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즈푸 등이 보유한 AI 학습용 핵심 데이터의 해외 이전은 제한하되 해외 이용자의 AI 모델 가중치 다운로드와 해외 고객의 모델 이용은 계속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기본 오픈소스 모델은 신고, 고급 기술은 보안 심사, 프런티어급 모델은 국내 전용으로 묶는 '3단계 등급제'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양국의 공방 중심에는 '증류' 논란이 있다. 증류는 다른 AI 모델의 결과물을 활용해 적은 비용으로 새로운 모델을 학습시키는 방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AI 업계가 중국 개발사들이 이 기법으로 미국 최상위 모델의 성능을 흡수하고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앤트로픽은 최근 미 상원 은행위원회에 제출한 서한에서 알리바바가 자사를 상대로 "지금까지 확인된 가장 큰 규모의 증류 공격"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도 중국이 "계획적이고 산업적 규모로" 미국의 최첨단 AI 모델을 증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의 주장을 "전적으로 근거 없는 중상"이라고 반박했고, 류빈 외교부 부장조리는 "일부 국가가 증류 문제를 부풀리고 있다. 잘못된 방향이며 역효과만 낳을 것"이라고 맞받았다.
정부 간 갈등과 달리 기업들은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기업들이 '토큰맥싱(token maxing)'에서 '모델맥싱(model maxing)'으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고 전했다. 복잡한 업무에는 고가 모델을, 단순 반복 작업에는 저렴한 모델이나 오픈소스 모델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이 과정에서 중국산 모델 활용이 빠르게 늘고 있다.AI 모델 마켓플레이스 오픈라우터에 따르면 7월 첫째 주 기준 미국 기업들의 토큰 사용량 가운데 중국산 모델 비중은 63%로 1년 전 10% 미만에서 급증했다. 딥시크·큐원·키미·GLM 등이 전체의 46%를 차지했고, 딥시크는 16.3%로 구글·앤트로픽·오픈AI를 모두 앞섰다.
가격 경쟁력도 뚜렷하다. 로이터는 씨티그룹 리서치를 인용해 중국 모델 이용료는 100만 토큰당 18센트인 반면 미국 최상위 모델 평균은 4달러라고 전했다. 앤트로픽 모델에서 딥시크 V4로 서비스를 옮긴 AI 스타트업 린디의 플로 크리벨로 CEO는 "이메일 한 통 쓰는 데 신까지는 필요 없다"고 말했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CEO도 "12∼18개월 안에 AI 작업의 80%가 지금보다 99% 저렴한 모델로 처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램프에 따르면 모델 라우팅 도구를 사용하는 기업 비중은 1년 새 1%에서 5%로 늘었다.
미국 내부에서는 규제 여부를 둘러싼 갈등도 커지고 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규제가 없으면 '디스토피아적' AI 미래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강력한 AI 모델을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는 상황은 "심각한 우려 사항"이라고 말했다. 반면 벤처투자자 빌 걸리는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로비스트들은 워싱턴이 오픈 모델을 안보 위협으로 취급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환영받아야 할 정상적인 경쟁"이라고 반박했다.논쟁은 정부와 업계의 공개 설전으로 이어졌다. 딘 볼 오픈AI 전략미래 총괄이 지난 18일 엑스(X)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AI 모델 이용에 규제 리스크를 부과할 것이라고 주장하자, 'AI 차르'로 불리는 데이비드 색스 대통령과학기술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오픈AI에 유리한 '규제 포획'을 시도한다고 비판했다. 볼 총괄이 정부와 의회가 근거 없이 중국산 AI 사용을 금지했다고 재반박하자 에밀 마이클 국방부 연구공학 차관은 "모든 업계에는 그 바닥 최고의 바보가 있는데, 딘 볼이 AI 업계의 그런 존재"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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