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스포츠 리센느→피프티피프티 ‘중소돌의 기적’ 갈수록 어려워진다…‘제작비 100억 시대’의 그늘
페이지 정보
본문
K팝 시장에서 중소 기획사 아이돌이 데뷔 후 반전을 만들어내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제작비와 콘텐츠 비용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신인 그룹이 대중의 관심을 얻을 때까지 활동을 이어가는 데 필요한 자금 부담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신인 걸그룹 언차일드(UNCHILD)가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하이업엔터테인먼트가 스테이씨 이후 약 6년 만에 선보인 언차일드는 지난 4월 데뷔 싱글 ‘We Are UNCHILD’를 발표했다. 당초 지난 2일 두 번째 디지털 싱글 ‘TiNG TiNG’을 내놓을 예정이었지만 소속사는 지난달 24일 회사 내부 사정을 이유로 발매를 연기했다.
컴백을 앞두고 로고와 티저 등 사전 콘텐츠까지 공개됐지만 약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새 일정은 발표되지 않았다. 온라인에서 해체설까지 나왔지만 소속사가 해체나 자금난을 공식적으로 밝힌 내용은 없다. 컴백 연기와 해체설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도 확인되지 않았다.
업계에서 주목하는 것은 개별 그룹의 상황을 넘어 신인 아이돌을 시장에 안착시키는 데 필요한 비용이다. 10여 년 전에는 약 30억원으로 신인 그룹의 데뷔와 초기 활동을 시도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최근에는 팀을 궤도에 올리기까지 100억원 안팎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이는 앨범 한 장의 제작비가 100억원이라는 뜻은 아니다. 연습생 교육과 숙소, 인건비를 비롯해 곡·안무 제작, 녹음, 뮤직비디오, 스타일링, 방송 활동, 마케팅 등 데뷔 전후로 지출해야 할 항목이 많다. 인지도가 없는 신인은 한 번의 활동만으로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워 여러 차례 앨범을 발표하며 팬덤을 확보할 때까지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
콘텐츠 제작비 상승도 부담이다. 업계에 따르면 5~6년 전 1억5000만~2억원 수준이었던 뮤직비디오 제작비는 최근 4억~5억원 수준으로 높아졌다. 제작 규모에 따라 8억~1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경우도 있다.
한 중소형 소속사 대표는 "걸그룹 하나를 만들고 2년가량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은 최소 약 140억 원에 달한다"며 "갈수록 비용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K팝 활동에 필요한 콘텐츠가 늘어난 것도 이유다. 과거에는 음원과 뮤직비디오, 음악방송이 핵심이었다면 현재는 데뷔 전부터 티저와 자체 콘텐츠, 숏폼, SNS 마케팅 등을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 해외 팬덤을 겨냥할 경우 글로벌 플랫폼용 콘텐츠와 프로모션까지 필요하다.
높아진 시장의 완성도 역시 중소 기획사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대형 기획사들이 음악과 영상, 퍼포먼스, 자체 콘텐츠에 상당한 자원을 투입하면서 신인에게 요구되는 기본 수준도 함께 올라갔다. 중소 기획사 그룹 역시 대형사 신인과 같은 유튜브와 틱톡 등 플랫폼에서 경쟁해야 한다.
실제 자본력의 격차는 상당하다. 2024년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의 연간 평균 음악 제작비는 431억1000만원으로 중소기업의 14억9000만원보다 약 29배 많았다. 개별 아이돌 그룹에 투입된 비용을 비교한 수치는 아니지만, 첫 활동 이후 추가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자원의 차이를 보여주는 지표다.
그렇다고 중소 기획사 아이돌의 반전 가능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더뮤즈엔터테인먼트 소속 리센느(RESCENE)는 데뷔 이후 꾸준히 앨범과 콘텐츠를 선보이며 팬층을 넓힌 사례로 꼽힌다. 데뷔 직후보다 시간이 흐른 뒤 멤버 중심 온라인 콘텐츠가 주목받으면서 기존 곡 ‘LOVE ATTACK’까지 다시 관심을 받았고, 이후 신보 초동 판매량도 10만장을 넘어섰다. 광고와 대학 축제 등 활동 영역도 확대됐다.
리센느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기회’ 자체보다 기회가 찾아올 때까지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느냐는 문제다. K팝에서는 발표 직후 반응이 없던 곡이 수개월 뒤 숏폼을 통해 확산하거나 멤버 한 명의 콘텐츠가 화제가 되면서 그룹의 음악까지 재조명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런 흐름을 맞이하려면 지속적인 앨범 발매와 콘텐츠 제작이 뒷받침돼야 한다.
과거에도 대형 기획사와 중소 기획사 사이에는 자본력 차이가 있었다. 달라진 것은 시장의 규모와 함께 한 번의 기회를 만드는 데 필요한 비용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K팝의 완성도가 높아질수록 신인이 시행착오를 감당할 수 있는 여지는 줄어들고 있다.
결국 과거 중소돌에게 중요했던 것이 판을 바꿀 ‘한 번의 기회’였다면, 이제는 그 기회를 만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시간과 자금이 더욱 중요해졌다. 높아진 K팝의 제작 수준이 역설적으로 신인 그룹의 진입장벽을 높이고 있는 셈이다.
- 이전글BTS, 팝 그룹 최초 월드투어 매출 5억 달러 돌파 26.10.01
- 다음글유해진 또 통했다…‘암살자(들)’ 개봉 첫날 13만명 동원, 박스오피스 1위 26.09.24